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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전쟁 이후의 변화: 미국의 고립주의 강화와 각자도생의 시대

2026.05.12

2026년 2월 시작된 미-이란 전쟁이 종전 국면에 접어들고 있어요. 이번 전쟁을 계기로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는 재편되고, 미국은 고립주의 정책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돼요. 동맹국 협조 거부 속에서 사실상 단독 전쟁을 수행한 경험,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충격이 그 분기점이 되었는데요. 이 보고서에서는 종전 이후 예상되는 변화와 한국의 대응 과제를 정리해요.

 

이번 전쟁은 과거 미국 주도 중동전과 어떻게 다른가

 

이번 전쟁의 가장 큰 특징은 미국이 사실상 단독 전쟁을 수행했다는 점이에요. 과거 중동전에서는 동맹국이 군사 파견과 기지·영공을 지원해 미국이 짧은 보급선과 압도적 제공권을 활용할 수 있었어요. 이번에는 또 다른 당사자인 이스라엘을 제외한 동맹국 대부분이 협조를 거부했어요. UAE·카타르·쿠웨이트는 영공을 동시에 폐쇄하며 대(對)이란 작전을 불허했고, 사우디는 프린스 술탄 기지·영공을 차단했어요. NATO에서는 영국이 방어 목적으로만 협조했고 프랑스·독일은 호르무즈 방어 파견을 거부했어요. 일본·한국·호주도 군함 파견 요청을 거부했고요. 결국 미국은 항모전단과 원거리 무기에만 의존하면서 작전 효율은 떨어지고 전비는 급증했어요.

1991년 걸프전에는 33개국·약 20만명, 2003년 이라크전에는 10여 개국·약 26,000명의 동맹국 병력이 참여했고 영공·기지도 전면 개방됐어요. 반면 2026년 이란전에는 이스라엘을 제외한 동맹국이 거부·봉쇄로 돌아섰고, 전쟁 기간은 과거 21~42일에서 2개월 초과(2026.2.28~)로 장기화됐어요. (자료: 언론보도 종합)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공급망 충격도 본격화됐어요. 과거 미국의 승전 방식은 압도적 군사력으로 초기 제공권을 장악하고 지상군을 투입해 거점을 점령하는 식이었는데요. 이번에는 초기 이란 지휘부 제거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군사적 희생을 우려해 지상군 투입을 결정하지 못했고, 이란 해협을 역봉쇄하는 조치에 그치며 휴전을 모색하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어요.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는 글로벌 공급망 전반의 연쇄 충격으로 확산됐어요. 세계 해상 원유 25%, LNG 20%가 통과하는 주요 경로가 차단되자 초기 유가 충격이 석유화학·비료·제련 등 후방산업과 VLCC 용선료 등 물류 비용 상승으로 순차 전이됐어요. 단일 해협의 차단이 글로벌 산업 공급망 전반을 위협하는 리스크로 작용한 것이에요.

 

1단계 원유·LNG 수송 차단 → 2단계 황·나프타 등 석유화학 원료 부족 → 3단계 황산·인산·암모니아 가격 급등 → 4단계 비료 가격 폭등·제련 원가 상승의 4단계 연쇄 효과가 진행됐고, 전쟁 발발 직후 VLCC 용선료가 급등하면서 미국·유로존·한국 CPI 상승 압력이 확대됐어요. (자료: 미래전략연구소, Bloomberg, Fred, Infomax)

 

동맹국 비협조 속에서 단독 전쟁을 수행한 미국은 향후 '세계 경찰'로서 무상 안보를 제공하던 역할에서 벗어나, 군사·공급망 비용을 동맹국과 교역 상대국에 분담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할 가능성이 커요.

 

미국의 고립주의 강화는 한국에 어떤 부담을 안기는가

미국은 1947년 트루먼 독트린 이래 '세계의 경찰' 역할로서 동맹국과 해상 안보를 무상 제공해 왔어요. 1979년 FON(Freedom of Navigation) 프로그램 공식 출범으로 해상 안보 무상 제공을 공식화했고, 2007년 미 해군의 Cooperative Strategy 발간을 통해 해상 안보를 '모든 국가가 혜택을 보는 글로벌 공공재'로 규정했어요.

 

그러나 2000년대 이후 경제적 여력이 축소되면서 부담이 커졌어요. 미국의 전세계 GDP 비중은 1960년 40%에서 2025년 26%로 축소된 반면, 국방비는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어 동맹국 안보 무상 제공의 재정·정치적 여력이 줄어든 상황이에요.

미국의 전세계 GDP 비중은 1960년 40%에서 2025년 26%까지 하락한 반면, 국방비 규모와 GDP 대비 순이자비용은 증가세를 지속해 국방비 증액 여력이 제약되고 있어요. (자료: Fred, CBO)

 

이번 전쟁을 거치며 '세계 경찰' 역할에 대한 회의는 더 커졌어요. 트럼프는 동맹국 파병 거부에 대해 NATO 탈퇴 검토 발언을 했고, 한국·일본 등에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을 요구했어요. 호르무즈 통항과 원유 확보 책임은 각국이 부담해야 한다고도 공개 발언했고요. 미국이 글로벌 안보 책임을 더 이상 단독 부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셈이에요.

 

이에 따라 미국은 세계 질서 제공 방식을 무상 제공에서 거래적 안보 체제로 전환할 전망이에요. 

동맹국에는 

  1. 안보 분담금 인상(방위비 분담금, 분쟁 우려 지역 함정·정찰장비 파견, 호르무즈 등 초크포인트의 미사일 방어·해상초계·기지 운영비 청구)이, 기존 무상 안보 이용 국가들에는
  2. 수입·투자 확대 요구(미국산 무기·LNG·곡물 수입, 미국 내 제조업·인프라 투자) 
  3. 미 금융자산 편입 확대(미국채 대규모 매입, 달러 스테이블 코인 사용 장려)가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이 있어요. 한국의 국방예산, 수출기업 비용, 자금운용 등에 다방면의 부담이 늘어나는 구조예요.

 

주요 해상로의 중요성은 왜 더 커지는가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로 글로벌 공급망의 지리적 취약점이 재부각되면서, 호르무즈를 비롯한 6대 초크포인트의 전략적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어요. 단일 해협의 봉쇄나 통행 차질만으로도 글로벌 운임·보험료가 급등할 수 있고, 미-중 갈등으로 공급망이 재편되는 와중에 운임·보험료 상승까지 가세하면 종전 이후에도 공급발 인플레이션이 구조적으로 상시화될 가능성이 있어요.

 

특히 원자재 수입과 무역 의존도가 큰 한국은 상대적으로 큰 악영향이 우려돼요. 한국의 핵심 무역로가 주요 초크포인트 전반에 걸쳐 있어 특정 국가나 단일 동맹에만 해상 안보를 의존하기 어려워졌어요. 권역별 다자 협력의 필요성이 커진 셈이에요.

 

한국 무역로상 주요 해협별 의존도는 이렇게 나타나요. 바브엘만데브(세계 무역 12%, 한국 對유럽 수출 핵심), 호르무즈(원유·LNG 21%, 한국 원유 수입 70%), 말라카(세계 무역 25%, 한국 원유 수입 85%), 대만 해협(세계 무역 48%, 한국 전체 물동량 40%). (자료: 미래전략연구소)
(출처: 신한금융지주 미래전략연구소)

 

달러 패권 약화에 미국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미-이란 전쟁 이후 달러 패권 약화 우려가 확대될 가능성도 커요. 미국 군사비 지출 증가와 인플레發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는데요. 미 국채 10년 금리는 연초 4.17%에서 5월 8일 4.39%로 올랐고, 10bp 상승 시 연간 추가 이자 부담은 293억 달러, 20bp 상승 시 585억 달러에 달해요. 여기에 중동 국가들이 자국 인프라 재건을 위해 미국에 투자한 오일 머니가 대규모 이탈할 가능성도 있어요. 1990년 걸프전 당시 사우디는 외화자산의 50%를 본국으로 회수한 전례가 있고요.

 

기축통화 지위 유지의 기존 축은 페트로 달러였어요. 1971년 브레튼우즈 체제 붕괴 이후 1974년 닉슨 행정부와 사우디아라비아의 '달러-오일 합의'를 통해 

OPEC 국가들은 

  1. 원유 거래를 달러로만 결제하고
  2. 원유 판매로 얻은 달러를 미국채·금융자산에 재투자하며 
  3. 미국은 걸프지역의 군사적 안전을 보장하는 거래가 성립됐어요.

 

그러나 2020년대 들어 페트로 달러 체제는 점진적으로 약화되고 있어요. 중국 위안화, 러시아 루피화 등 원유 결제 통화가 다변화되면서 글로벌 원유 거래 중 비달러 결제 비중이 2020년대 초 1~2%에서 2025년 10%선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돼요(BIS). 글로벌 중앙은행 외환 보유액 중 달러 비중도 2000년 71%에서 2025년 56%로 하락한 반면, 금 보유 비중은 상승했고요.

 

글로벌 중앙은행 외환 보유액 중 달러 비중은 2000년 71%에서 2025년 56%로 하락한 반면 금 비중은 상승했고, 미국채 주요 매수국인 중국·일본·사우디+UAE+쿠웨이트의 보유량도 감소 또는 정체 흐름을 보여요. (자료: IMF, WGC, Bloomberg)

미국은 페트로 달러 약화를 보완하기 위해 컴퓨트 달러와 스테이블 코인 등 대체 결제 시스템 구축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돼요. 컴퓨트 달러는 AI 산업에서 발생하는 미 달러 중심의 결제 생태계를 의미하는데요. 미국 AI 칩 수출과 라이선스 사용에 달러 결제 조건을 부여하면서 미국은 AI 관련 광물·무역 인프라 보호로 AI 생태계 안정성을 제공하는 구조예요. 스테이블 코인은 발행자가 미 국채를 1:1 준비금으로 강제 보유하게 함으로써 미국채 투자 수요를 다시 묶어둘 수 있어요. 페트로 달러의 성공 요인이었던 보편적 수요·안보 보장·미국채 투자 세 축을, 컴퓨트 달러와 스테이블 코인 조합으로 복제하려는 시도예요.

페트로 달러의 보편 수요(원유 결제)·안보 보장(중동·해상로 안정성)·미국채 투자(달러 수익 재투자) 세 축을 컴퓨트 달러(AI 칩 결제, AI 생태계 안정 유지)와 스테이블 코인(미 국채 1:1 준비금)의 조합으로 대체하려는 구도예요. (자료: 미래전략연구소)
(출처 : 신한금융지주 미래전략연구소)

 

시사점: 한국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미국의 고립주의 강화와 동맹 약화에 따른 각자도생 시대에 대비해, 한국은 외교·공급망·수출망의 다변화가 필요해요. 외교 측면에서는 미국 의존에서 벗어나 권역별 다자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각 분야별 핵심 파트너를 분산해야 해요. 공급망 측면에서는 6대 초크포인트에 대한 대체 항로 사전 개발, 핵심 자원의 선제적 확보, 운임·보험료 상승과 지정학적 공급망 훼손에 따른 기업의 가격결정·재고 정책 재설계가 필요해요. 수출망 측면에서는 對미 수출 비중이 높은 완성차·이차전지·반도체 후공정 기업을 중심으로 대체시장을 사전 확보해야 해요.

 

결제 체제가 페트로 달러에서 컴퓨트 달러·스테이블 코인으로 이동하는 흐름에도 대비해야 해요. 아고라 프로젝트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글로벌 신(新)결제 시스템 구축 흐름에 대응하고, 디지털 화폐(스테이블 코인·CBDC) 관련 제도를 조속히 정비해야 해요. 한국이 메모리·파운드리 등 반도체 주요 생산국이라는 지위를 활용하면 컴퓨트 달러 체제 구축 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할 수 있어요. 또한 주요국이 자국 통화 결제 시스템 확장에 나서는 흐름 속에서, 한국도 원화 국제화 기반 마련을 중장기 과제로 검토할 필요가 있어요.

 

저자 정보

이름: 김준호

직업/직함: 신한금융지주 미래전략연구소

조직: 신한금융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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